[현대사진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 ‘대전 장대B구역’

‘현대사진관’이 추억으로 남을 우리 동네의 지금을 기록해드립니다.

삼각형 모양의 땅이 있다. 매달 4일과 9일 열리는 5일장으로 전국에서 모인 물건과 사람들이 가득해 시끌벅적한 이야기 소리와 정으로 가득한 곳, 오늘의 동네는 장대B구역이다.


[1]
사통팔달의 교통요충지

대전 유성구 장대동에 있는 장대B구역은 대전 유성구 유성대로 730길 56 일원 9만7천213㎡에 주상복합이 들어서는
대규모 재개발 사업지이다. 유성천과 유성대로, 장대로로 이루어진 삼각형 모양의 땅의 시작을 유성시외버스정류소와 맞닿아 있는 구암역에서 해보았다.

구암역 출구로 나와보니 푸른 하늘아래 깔끔하게 지어진 유성시외버스정류소가 눈에 띄었다. 어느새 다가온 가을 하늘을 즐기며 돌아갈 때에는 버스를 이용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정류소 바로 앞 넓게 펼쳐진 펜스에는 유성복합터미널예정부지라고 쓰여있어 검색을 해보았다. 유성고속버스터미널,
유성시외버스정류소를 한자리에 통합하고 여객시설뿐만 아니라 지식산업센터, 공공업무시설, 주상복합 등이 2026년에 건립될 예정이라니 그 규모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유성복합터미널이 개통되면 전국 어디든 가기 쉬운 사통팔달의 교통요충지가 여기가 아닐까 싶었다.


[2]
가는 날이 장날이다

우리 속담에서 가는 날이 장날 이라는 속담이 있는데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다. 매월 4일과 9일에 열리는 5일장이 서는 날이라 장대B구역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없는게 없는 듯 다양한 물품들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흥정하는 소리들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따라 다니던 시장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고 즐거운 추억을 회상하며 시장 이곳 저곳을 누벼보았다.

유성시장은 충청도 방방곡곡에서 상인들이 찾아와 300여 개의 점포와 1000여 개의 노점에서 정말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육류, 어류, 채소류, 의류, 식기류부터 각종 한약과 생활용품들이 골목 골목마다 넘쳐났다.
점심시간에 방문해서일까? 이곳 저곳에서 밥을 먹고 계신 상인분과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현대화된 시장이 아닌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유성시장을 걸으면서 보니 독특한 공간적 특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5일장이 열리면 차가 다니던 길거리에서 좌판과 판매대가 들어서며 길이 좁아진다. 사람들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는
인간 스케일(scale)의 크기로 변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거리가 좁아지면 움직임의 속도도 줄어든다. 덕분에 행인들은
천천히 걸어가며 주변의 상품들을 차분하게 볼 수 있었다. 시장이 들어서면서 더욱 복잡해질 것 같지만 오히려 상인들과 행인들의 거래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는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또한 지도와 달리 실제로 유성시장 안에 들어서면 여러 그늘막과 점포들로 이루어져 복잡하다. 예상하지 못하는
자유로운 평면 구성으로 인해 멀리 있는 제품들이 무엇인지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워 다음에 어떤 제품이 기다리고
있을지 호기심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유성시장은 정확한 구역으로 나눠져 있지 않았다. 좁은 통로의 교차 부분에서부터 시작되는 시장의 분위기는
큰길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되어 있다. 유성시장은 이처럼 공간적 영역이 자유로운 점도 느낄 수 있었다.


[3]
눈길을 끌었던 흥미로운 장소들

장대B구역에는 꽤 흥미로웠던 장소들도 있었다.

장대B구역 사이에는 높은 건물이 우뚝 서있었다. 이 건물(넥스투빌 오피스텔)은 어느 순간부터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대각선 모양
이었다. 도로 폭에 의한 건축물 높이 제한 방법인 도로 사선제한에 맞춰 건물을 짓다 보니 이런 모양의 건물이 나온 것이다. 도시 내 개방감과 시야, 일조권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도로사선제한은 많은 논란 끝에 2015년에 폐지되었다. 2003년에 지어진 ‘넥스투빌 오피스텔’은 법에 맞춰서 대각선 모양으로 지어졌지만 재건축이 된다면 이런 건물은 보기 힘들지 않을까?

장대B구역 바로 앞에 흐르는 유성천은 도심 속에서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유성구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유성천은 해가 질 무렵에 더 예쁘다고 말하시는 어르신의 이야기에 미리 예약해둔 버스 시간을 옮길까 했지만 이내
마음을 접었다.

장대B구역 중간에는 조그만 광장이 있다. 그 안에 벽돌로 지은 ‘장대노인회관’에서 노인분들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쉬고 있었다. 옆에는 ‘을미의병의 효시, 유성의병’이라 적힌 비석이 놓여 있었다. 유성시장은 1895년 9월 18일 문석봉(文錫鳳)이 유성의병을 일으킨 곳으로 3.1운동때에도 만세운동이 전개되었던 곳이라고 한다. 오래전부터 이어진 이 땅의 전통을 느낄 수 있었다.

‘유성구 보건소’와 ‘장대 청소년 문화의 집’이 함께 있던 공공건물이 비어 있었다. 찾아보니 작년에 유성복합터미널
부지로 이전했다고 한다. 쓸쓸한 정문 앞에 위치한 빨간 간판의 ‘보건소앞쌀집’이 이곳이 보건소 앞이었다는 흔적을
남기 듯 고소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북적이는 시장을 걷다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쳤다. 장대B구역은 한 달에 4일과 9일 5일장이 열리는 6일을 제외한
나머지 24일은 조용하다고 들었다.

그래도 장이 열릴 때는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지역인데 재개발이 된다니 이 유성시장은 어떻게 되는 걸까? 궁금했다.
다행히 이 지역을 재개발할 때 유성5일장 활성화를 방안에 두고 시장과 주거지가 함께 어우러진 주거복합으로 지어진다는 기사가 있었다. 전통을 살리고 현대화하는 방식이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재개발 이후에도 모두가 만족하는 방안으로 유성시장이 이어지면 좋겠다.


[4]
유성구의 또 다른 즐거움

장대B구역에 온 김에 근처 유성구를 둘러보았다. 유성온천은 삼국시대부터 알려져 있었으며 우리나라의 116개 온천
지구 가운데서 가장 오래되었고 규모가 크다. ‘유성온천거리’는 지하 200M에서 끌어올려 41~43도를 유지하는 온천수가 있는 두 개의 족욕체험장이 무료로 개방되어 있지만 아쉽게도 방역수칙으로 인해 이용할 수 없었다. 유성온천거리가
매우 잘 꾸며져 있어 산책하기도 좋아 보이던데 다음에 다시 오고 싶은 곳 중 하나였다.

1993년 대전 엑스포가 개최된 곳에도 방문했다. 불과 한 달 전에 개장한 백화점에는 갑천이 한눈에 보이는 옥상정원과 다양한 체험형 시설도 갖춰져 있어 많은 시민들이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100여년의 전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과거의 모습과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현재가 공존하는 장대B구역은 너무나 매력적인 곳이었다 이 곳이 훗날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더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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