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진관] 방배동 속 뜨거운 단지 ‘방배 신동아아파트’

‘현대사진관’이 추억으로 남을 우리 동네의 지금을 기록해드립니다.

관악구와 서초구와의 경계에 솟은 우면산을 등지고 있는 동리라는 뜻에서 유래한 이름 `방배`. 서초구에 있는 방배동은 근처에 있는 동네와 다르게 높은 빌딩이 별로 없다. 그런 방배동에서 언덕위에 위치해 유독 눈에 띄는 아파트가 있는데 걷기 좋은 가을에 찾아가 보았다.


[1]
마흔 살의 아파트

서울을 한 바퀴 도는 지하철 2호선에 있는 방배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연립주택 단지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목적지가 보였다.

아파트 입구에는 웃는 이모티콘이 그려진 표지판에는 제일 살기 좋은 아파트라고 적혀 있어 시작부터 기대가 되었다. 우선 신동아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기 전에 전체적인 모습을 보고 싶어서 단지 외부를 둘러보았다.

방배 신동아아파트는 서울 서초구 효령로 164에 자리 잡고 있다. 1982년 10월에 완공이 되었고 총 6동의 493세대가 있는 아파트다.

분명 아파트가 6동만 있다고 했는데 7동이 보였다. 직접 세어보니 6개의 아파트가 있는 건 맞지만 숫자 4동이 없었다. 아마도 죽음을 뜻하는 사(死)와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건물에서 4층을 F로 표시하는 것처럼 4동을 제외한 것 같다.

아파트를 둘러싼 담을 따라 신동아아파트 둘레를 계속 걸어보았다.

담장 주변으로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이 있었고 근처에서 사설 주차장도 볼 수 있었는데 여기는 서초구 마을버스 차고지로도 쓰이고 있었다. 요즘에는 주차공간이 얼마나 확보되는지가 매우 중요한데 지하주차장이 없는 방배신동아아파트 주민들에게 재건축 후 넉넉하게 확보된 주차공간은 매우 만족스러운 삶의 요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들었다.

효령로 쪽으로 가니 드디어 또다른 아파트 입구를 맞이했다. 그곳에는 2동의 어마어마한 덩치가 우뚝 서있었다. 아파트 규모에 놀라며 먼저 담장 너머로 보였던 상가가 궁금해 단지 안으로 들어갔다.

신동아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상가는 무엇인가 특별해 보였다. 단순하게 지었어도 괜찮았을 텐데 벽돌로 이곳저곳을 신경써서 장식해 두었다. 상가를 디자인한 건축가가 누굴까 궁금해하며 내부로 들어가 보았다.

상가에는 아파트 주민들의 생활밀접형 시설인 미용실, 세탁소, 학원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재밌게도 상가 외관에 이어 내부에도 예상치 않은 디테일이 있어 놀랐다. 일반적인 패널로 덥혀 평평한 천장이 아닌 곡선으로 장식된 재밌는 공간이 연출되었다.

상가 옥상에서는 아파트 상가가 흘려 보낸 시간의 흔적들을 볼 수 있었다. 콘크리트와 벽돌 사이에서 자라난 풀들을 보니 잡초의 생명력과 끈기가 느껴졌고, 가을의 햇살 아래서 아파트 단지를 더욱 정취 있게 만들어 주었다.


[2]
서로 다른 듯 같은 모습의 아파트

오래된 단지 특유의 감성이 묻어나는 아파트를 구경하고 있자니 문득 신동아 아파트만의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같은 아파트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동마다 북쪽에서 보이는 입면의 모습이 달랐다.

왼쪽에 있는 2동은 복도가 보이지만, 오른쪽에 있는 1동은 벽에 바로 창문들이 붙어 있다.

각각 복도식 아파트와 계단식 아파트라고 하는데 이 둘의 차이점을 비교할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복도식 아파트는 같은 층의 세대가 긴 복도를 공유하는 구조이다. 신동아아파트 같은 경우 한쪽 면에 복도가 설치되어 있어 편복도식이라고도 불린다.

방배 신동아아파트에선 2동과 5동이 복도식 아파트였다. 그중에 2동 같은 경우는 한 층에 10개가 넘는 가구들이 두 대의 엘리베이터를 나눠 쓰고 있었다.

그에 반해 계단식 아파트는 같은 층에 2가구가 승강기를 중심으로 마주 보고 있는 구조이다. 복도식에 비해 공유면적이 작고, 사생활 보호에 유리하며 현관에서 승강기가 가깝다.

신동아아파트 같은 경우는 복도식과 계단식이 둘 다 있어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는 단지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3]
역사가 깃든 공간

방배 신동아아파트에서 밖을 보니 매봉재산과 우면산 자락에 둘러싸여 있어 아파트 어디에서도 나무를 볼 수 있었다. 단지 내에도 나무가 많았던 걸 보면 아침에 새소리가 잘 들릴 것이다. 경치를 구경하는 도중 효령로 넘어 범상치 않은 언덕이 보여서 구경해보기로 했다.

그곳은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2호인 `청권사`였다. 청권사는 조선 태종의 아들이자 세종대왕의 형인 효령대군의 묘소와 사당이 있다.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 효령대군 묘소와 함께 방배 신동아아파트를 볼 수 있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 놀라웠다.

여기선 서쪽으로 방배동을 내려다볼 수 있다. 가을에 둘러본 청권사의 모습과 방배동 전망은 아름다웠다.

청권사를 나와 다시 출발점인 방배역으로 돌아왔다.

이번 여정을 마무리하며 출출한 허기를 달래고 싶었는데 바로 옆에 ‘방배동 먹자골목’이 있었다. 방배역 3번 출구 쪽으로 맞이한 먹자골목은 내방역까지 맛집들이 줄지어져 있었다.

청권사와 백석대학교, 그리고 방배 먹자골목이 위치한 방배역은 조금만 둘러보아도 다양한 모습이 펼쳐졌다. 방배 신동아아파트는 그런 방배역과 가깝게 있으면서도 나무로 둘러싸인 자연 친화적인 아파트로 기억될 것이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단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