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진관] 부촌의 명성을 되찾을 ‘이촌 강촌아파트’

‘현대사진관’이 추억으로 남을 우리 동네의 지금을 기록해드립니다.

동부이촌동은 과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명성을 얻은 곳이지만 주택의 노후화로 인해 주춤했다. 이제는 그 명성을 되찾으려 새로운 재단장을 앞두고 있다. 5월의 어느 날, 현재의 동부이촌동과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강촌아파트를 기록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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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이촌동이라 불리는 이촌 1동

이번에 방문할 강촌아파트는 흔히 동부이촌동이라 불리는 서울 용산구 이촌 1동에 있다. 동부이촌동은 서울 속의 작은 섬이라고 해야 할까, 동네의 경계선이 뚜렷하다. 양옆으로는 한강대교와 동작대교가 있으며 남쪽에는 한강이, 그리고 북쪽으로는 경의·중앙선 철도로 감싸져 있다.

강촌아파트에 가기 위해 이촌역을 통해 동부이촌동으로 들어와 봤다. 차를 가져오지 않는 외지인들, 그리고 이촌동 주민들도 주로 이촌역을 통해 밖으로 드나든다. 출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며 자전거들과 플라타너스들도 같이 반겨주고 있었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남산 서울타워가 정면으로 마주해 동부이촌동과 남산의 거리가 가까움을 느꼈다.

이촌역에서 앞으로 조금 걸어 나오니 동부이촌동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이촌종합시장’이 보였다. 오랜 세월 동안 이촌동 지역 주민들의 밥상과 생필품을 책임져온 이 시장은 1998년 전까지 ‘공무원 시장’이라고도 불렸다. 그 이유는 강촌아파트가 옛 공무원 아파트(B 지구)를 재건축한 단지이며, 해당 지구와 지금의 한가람 아파트가 된 A 지구가 이촌동에 넓게 펴져 있어 자연스레 이촌종합시장은 ‘공무원 시장’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동부이촌동을 가운데로 관통하는 이촌로, 그리고 이촌로를 따라 동서 방향으로 아케이드 상가가 길게 펼쳐져 있다. 지대가 가로로 긴 동부이촌동의 특성에 맞춰 1, 2층에 상가들이 복합된 아파트는 남향을 바라보게끔 동서 방향으로 길게 설계되었다. 다양한 가게들을 따라 강촌아파트를 향해 걷다 보니 금방 목적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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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촌 강촌아파트의 현재 모습

이촌역에서 6~7분을 걸었을까, 신용산초등학교를 지나치니 강촌아파트가 나왔다. 강촌아파트 앞 인도는 다른 곳과 다르게 아케이드 상가가 없었다. 대신 길이 넓으며 따릉이 정거소가 마련되어 있어 여기서 자전거를 탄다면 이촌역까지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강촌아파트는 1998년에 입주를 시작했고 총 9개 동 1001세대로 이뤄져 있다. 18층에서 22층으로 이뤄진 높은 아파트 단지를 둘러보니 평범한 듯하면서도 궁금한 점들이 생겼다.

첫 번째는 강촌아파트 단지 모양이 정사각형이 아닌 번개 모양인 이유이다. 강촌 아파트는 바로 옆 아파트 단지와 서로 감싸고 있는 모양인데, 어떻게 이런 형태로 단지가 형성되었는지 궁금했다.

그 답은 머릿돌에서 찾을 수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 강촌아파트는 이미 공무원 아파트(B 지구)를 재건축한 단지였다. 강촌아파트를 감싸고 있는 바로 옆 아파트 단지 또한 한강 민영(B 지구)아파트의 재건축 단지로 이 두 단지는 60년대부터 이어진 구획 때문에 서로 감싸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1960년대 모래벌판이던 이촌동에 대규모 주택단지가 조성되면서 66년에 공무원 아파트가 가장 먼저 지어졌으며 그 후 외국인 아파트, 한강 맨션, 한강 민영아파트가 연이어 들어선 것이라고 한다.

두 번째로는 강촌아파트 문주에 있는 ‘강촌’과 ‘아파트’의 글꼴이 달라서 강촌 아파트 이전의 이름이 있나 궁금해졌다. 이 해답은 로드뷰에서 볼 수 있었다. 과거 로드뷰를 구경해보니 아파트 이름은 그대로지만 예전에도 ‘강촌’이란 글꼴만큼은 다르게 표현함을 볼 수 있었다.

세 번째로는 강촌아파트 단지가 길게 분포되어 있어서 지하 주차장도 모든 건물이 연결되어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 문제는 직접 지하로 들어가서 알 수 있었다. 지하 주차장은 구역별로 따로 있으며 모두 이어져 있진 않았다. 리모델링 사업이 끝나면 집에서부터 지하 주차장까지 모두 연결이 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주민들의 삶이 더 편해질 것 같다. 강촌아파트도 1990년대 지어진 여느 아파트들과 비슷하게 1층에는 지상 주차장과 지하 주차장 출입로, 그리고 놀이터가 있었다.

강촌아파트 관리사무소 건물의 앞뒤가 다른 모습이 인상 깊어 사진으로도 찍어봤다. 정면에서 봤을 때는 네모반듯한 모습이었는데, 뒤에서 보니 마치 숲속의 대저택처럼 반원형으로 나와 있었다. 나무들과 뒤섞여 자라고 있는 맥문동의 초록빛이 감미롭게 어우러졌다.

맥문동은 햇빛이 충분하지 않은 곳에서도 잘 살고 꽃을 피우는 식물이라서 그늘이 많은 도시의 아파트 정원에서도 잘 자란다. 늦여름이 되면 아파트 정원들이 보라색 꽃들로 뒤덮일 모습이 벌써부터 아름답다.

강촌아파트는 준공 된 지 30년이 지나지 않아 재건축 가능 연한에 미치지 못했고 기존 용적률도 높은 편이다. 그래서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아파트 단지도 리모델링하게 된다면 이촌의 모습은 공무원아파트 시절에 이어서 또 달라질 것이다. 지붕 모양이 평평한지(강촌아파트), 박공 모양인지(바로 옆 단지)에 따라 구분할 수 있었던 두 단지가 얼마나 개성 있게 바뀔지 그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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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동네

강촌아파트 바로 옆에는 신용산 초등학교가, 단지 안에는 원유치원이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와 유치원으로 걸어갈 수 있다. 학교 정문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촌동에 처음 생긴 저층 아파트들은 유독 넓은 평수의 집들이 많았다. 그런데 강촌아파트가 만들어지면서 적당한 평형으로 된 아파트들이 생겨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게 되는 젊은 부부들이 많이 유입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강촌아파트 주변에서 어린아이들과 손을 잡고 걸어가는 가족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강촌아파트 안에 있는 인라인스케이트장에는 아이들을 위한 인라인 강습도 하고 있었다. 다른 곳을 더 둘러보고 다시 가보니 어느새 강습은 끝나고 몇몇 아이들이 가방을 놓고 골대로 쓰며 축구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들을 보니 어린 시절 친구들과 축구를 하는 모습이 스쳐 지나가 괜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강촌아파트에는 4개의 놀이터와 주변 이촌 어린이공원까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장소도 다양하게 많았다. 평일 낮에 방문하니 놀이터마다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었다. 강촌아파트와 주변 이촌동은 아이들이 마음 놓고 편히 다닐 수 있는 따듯하고 안전한 동네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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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촌 아파트 주변의 풍경

강촌아파트 주변에는 구경하고 쉴만한 뛰어난 장소들이 많이 있다. 강촌아파트 남쪽으로 이촌한강공원이 있지만 강촌아파트를 들리면서 오랫동안 가보고 싶었던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했다.

동작대교를 넘어 북쪽으로 이동해보니, 국립중앙박물관에 도착 전에 용산 가족공원이 먼저 보였다. 용산가족공원은 8.15광복 이후 주한미군사령부의 골프장으로 쓰이던 부지였다. 공원을 조성하면서 골프장의 잔디와 숲, 연못 등을 그대로 두고 산책로와 다양한 나무들을 새로 마련했다고 한다. 푸른 잔디밭과 나무들, 그리고 호숫가에서 사람들이 편히 쉬는 모습을 보고 여기가 서울임을 잠시 잊게 되었다. 요즘은 집을 볼 때 주변 자연환경을 매우 중요시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이촌 강촌아파트는 집 근처에 이런 멋진 공원이 있어 입주민들은 단지 뿐만 아니라 집 근처에서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어보인다.

이어 국립중앙박물관 쪽으로 천천히 걷는데, 국립 한글박물관도 지나쳤다. 국립 한글박물관은 우리 민족 최고의 문화유산인 한글의 문자적,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개관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박물관인 국립중앙박물관. 유독 건물의 가운데를 뚫어 놓아 보이드로 만들어둔 공간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건축적 용어로는 비어 있는 공간을 보이드(Void)라고 한다. 건물을 모두 채우지 않고 비워내어 박물관 뒤로 있는 남산이 액자 속 그림처럼 보인다. 그 공간으로 올라 반대편으로 돌아서니 강촌아파트도 마치 그림처럼 느껴진다.

국립중앙박물관 북쪽으로는 곧 개방될 용산 공원 부지도 보인다. 최근에는 근처에 대통령 집무실도 이 근처로 이전하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으로 용산공원이 개방된다면 뉴욕의 센트럴파크처럼 넓은 공원으로 부각 받을 이촌동 그리고 새롭게 재탄생할 강촌아파트의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