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진관]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는 ‘대전 국화아파트’

‘현대사진관’이 추억으로 남을 우리 동네의 지금을 기록해 드립니다.

비슷한 높이의 아파트들이 모두 똑같이 남쪽을 바라보며 모여 있는 대전 둔산동
이곳에 오래된 아파트를 철거하지 않고 새 아파트처럼 증축하는 리모델링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사례가 없어 그 사업성과 변화의 모습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대전 최초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둔산 국화아파트에 다녀왔다.


[1]
둔산 신도시와 함께 생겨난 아파트들

대전광역시 서구에 있는 둔산 신도시는 대전의 구도심에 있던 행정기능과 정부청사까지 둔산 신도시로 옮겨오며
1990년대부터 대전의 중심지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는 1988년 취임한 노태우 대통령의 주택 200만 호 건설 공약을 위한 대상지에 대전광역시 서구에 있는 둔산 신도시가 포함되면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대전 둔산에 743만 4,838㎢에 총 5만 700호의 각종 주택을 세워 20만 2,800명을 수용하는 것을 목표로
대규모 공사가 진행되었고, 그 결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둔산 신도시가 되었다.

둔산 신도시에는 아파트가 정말 많다. 그것도 대부분 네모반듯한 사각형으로 대부분 정남향을 바라보고 있다. 층수도 15층으로 거의 획일화되어 있는데 당시엔 16층 이상을 지으려면 ‘스프링클러’가 의무라서 공사비가 덜 드는 방향으로 만들지 않았나 싶다. 누군가는 이런 아파트들을 성냥갑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런 판상형 아파트들을 좋아한다. 햇빛이 잘 들어오고 통풍도 잘 되어 살기에는 좋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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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5개의 국화아파트

둔산 신도시가 들어오기 전 비행장을 갖춘 군용지였던 만큼 언덕이 없이 평지로 이루어진 단지들이 많다. 그리고 대전의 아파트들은 정감이 가는 단어로 된 이름들이 많았다. 국화, 크로바, 목련같이 꽃 이름으로 아파트 이름을 정한 예도 있고 가람, 햇님, 한마루, 한가람처럼 정감 가는 한글로 이름 지은 아파트들도 있었다. 요즘은 브랜드 아파트에 펫네임을 붙이는 게 트렌드인데 영어로 하는 것보다 이런 정감가는 단어를 활용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에서 이번에 둘러본 곳은 국화아파트이다. 1992년부터 입주를 시작한 국화아파트는 국화 동성, 국화 라이프, 국화 신동아, 국화 우성, 국화 한신아파트 5개 단지, 총 2,910세대로 구성되어 있다.
단순히 이름에 국화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5개의 건설사 이름들도 같이 표현되어 있다.
(국화아파트를 지을 때도 숫자 `4`가 불길하다고 생각했는지 4단지를 제외한 1, 2, 3, 5, 6단지로 구성이 되어있다.)

같은 국화 아파트지만 건설사가 다른 만큼 단지마다 조금씩 디테일이 다르다. 아파트 외벽에 도장 된 이름과 색깔, 그리고 아파트 출입구의 모양 등등. 이렇게 이름도 디자인도 다르지만 단지마다 상가, 경로당&관리실,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와 편히 앉아 쉴 수 있는 정자를 하나 이상씩 갖추고 있었다. 또한 서로서로 연결된 차도의 모습을 통해 하나의 단지라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같은 구역에 있는 청솔 아파트와는 이어져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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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아파트의 주변 풍경

국화아파트 근처에는 여러 학교가 자리 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초등학교는 무려 3개가 바로 옆에 붙어 있다. 국화아파트에서 배정받은 학교는 삼천초등학교이지만 길 건너에는 한밭초등학교와 문정초등학교가 있다. 특히나 문정초등학교에는 길거리와 철조망으로 된 담장이 없어 길이 더욱 포근해 보였다.

국화아파트에는 학교들만 붙어 있는 것이 아니고 주변 생활시설도 밀집해 있었다. 대형 할인점과 둔산 3동 행정복지센터가 바로 옆에 있어서 차를 타고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또 바로 옆에는 유동천이 흐르고 있어서 천 따라 산책하기 좋아 보인다. 잔잔하게 흐르던 유동천과 늘어선 나무들이 이들만의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으며 갑천과 대전천과 바로 이어져 있어서 자전거를 타면 대전의 구도심과 유성구와도 바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잔잔하게 흐르는 물을 바라보다가 남향에 이런 멋진 자연 조망을 갖추며 우뚝 서있는 국화아파트 단지가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변화한다고 생각하니 절로 이곳에 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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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아파트, 리모델링 무엇이 남을까?

이제 지어진 지 30년이 된 국화아파트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수도권에 있는 아파트 단지들 사이에서 높은 관심을 받는 `리모델링` 바람이 대전에도 불고 있다고 한다. 인근 부동산 사장님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직까지 추진이나 준공 사례가 없어서 모두 의견이 분분한데, 입지가 좋기로 소문난 국화아파트가 대전 최초로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한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대전 부동산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리모델링과 재건축은 건설 방식부터 다르다. 재건축은 기존 아파트의 모든 골조를 완전히 허문 후에, 맨땅에 새롭게 건물을 올리는 방식이다. 반면 리모델링은 기존 건물의 뼈대를 그대로 유지한 채 수직 또는 수평으로 건물을 증축한다. 리모델링은 기존 뼈대 위에 새 살을 입히는 방식으로 이해하면 쉽다.

그래서 여태 방문한 곳과는 달리 국화아파트는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둘러볼 때도 살짝 다르게 구경하기로 했다. 과연 무엇이 남고 무엇이 사라질까?

먼저 가장 눈에 띈 점은 주차 문제이다. 아무리 지하 주차장을 만들었다지만 주차장이 부족해 보였다. 평일 낮에 체육시설에도 자동차가 서 있을 정도면 퇴근 시간 이후에는 차가 얼마나 차 있을지 내가 사는 곳에 빗대어 추측해 볼 수 있었다. 만약 리모델링이 된다면 지하 주차장을 더 확보하여 주차 문제는 없어지고, 지상에는 사람들만 다닐 수 있는 공원으로 채워지지 않을까 싶다.

없어질 것은 굴뚝도 마찬가지이다. 90년대 중반까지 지어진 아파트에는 이렇게 중앙난방을 위해 굴뚝이 만들어졌다. 중앙난방은 각 관리실에 있는 대형 보일러에 중유나 등유를 이용해 만든 열을 각 가구에 보급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유가상승, 환경공해 발생과 같은 문제와 함께 도시가스가 보급되고 지역난방이 자리 잡으면서 점차 쓰일 일이 없어지게 된다.

언제부터 멈춘 상태인지 모르는 굴뚝이지만, 리모델링을 하게 된다면 이제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추가되는 세대가 적은 편이다. 그래서 지금의 모습은 대부분 사라지겠지만 국화아파트에서 살던 분들은 새롭게 지어진 멋진 아파트로 다시 돌아와 동네가 가지고 있던 고유의 정취는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

아파트 벽에 그려진 국화의 모습을 보며 변할 것과 변하지 않을 것을 상상해 보았다. 리모델링을 하면서 아파트들의 기본 뼈대는 남겠지만, 5개 단지가 `국화`라는 이름으로 이어진 만큼 국화의 상징도 남았으면 좋겠다. 영어로 지어진 아파트 이름과 달리 국화라는 한글 자체를 남기면 더 정감이 가지 않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의 모습이 더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