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맞춤法 사전 ⑬ – 현금청산자도 재분양신청을 할 수 있을까?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참여하는 토지등소유자들은, 조합원으로서 분양권을 행사하는 경우와 조합원이 아니거나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분양신청을 할 수 없는 경우도 포함) 현금청산대상자가 되면서 손실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되는 경우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현금청산대상자는 보상액을 다투는 것 외에도 분양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회복하기 위한 시도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도시정비법은 사업구역 내에 거주하고 있는 토지등소유자의 정주권(定住權)을 보장하기 위하여 충분한 준비 없이 내몰리지 않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관계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단체법적 법률관계를 적용하여 신속한 사업 진행이 저해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고 있기에, 이러한 시도는 효력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무위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금청산자의 기준은 무엇일까?


토지등소유자가 분양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 분양신청기간 종료일 다음 날에 현금청산대상자가 되면서 청산절차의 종료 여부와는 상관없이 조합원의 지위를 가질 수 없게 되는 것이 대원칙입니다(대법원 2021. 2. 1. 선고 2020두48031판결, 대법원 2010. 8. 19. 선고 2009다81203판결 참조). 그런데 과거 법령상 관련 내용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기에도 조합이 추가분양신청 기회를 주어 현금청산대상자에게 조합원의 지위를 부여하는 경우가 있었으며, 그 적법성을 전제로 이러한 내용의 안건을 총회에서 의결하는 경우 가중정족수가 적용되는지 여부(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두5572판결)와 같은 절차 또는 방식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런데 2017. 2. 8. 법률 제14567호로 전부 개정된 도시정비법에 제72조 제4, 5항1 이 신설되어 재분양절차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면서 아래에서 보는 것과 같이 새로운 쟁점들이 부상하게 되었습니다.

1제72조(분양공고 및 분양신청)

④ 사업시행자는 제2항에 따른 분양신청기간 종료 후 제50조 제1항에 따른 사업시행계획인가의 변경(경미한 사항의 변경은 제외한다)으로 세대수 또는 주택규모가 달라지는 경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라 분양공고 등의 절차를 다시 거칠 수 있다.

사업시행자는 정관등으로 정하고 있거나 총회의 의결을 거친 경우 제4항에 따라 제73조 제1항 제1호 및 제2호에 해당하는 토지등소유자에게 분양신청을 다시 하게 할 수 있다


사업시행계획의 변경이 없는 경우에도 추가분양 기회 부여가 가능한가?

도시정비법 제72조 제5항은 동조 제4항에서 정한 ‘사업시행계획인가의 변경으로 세대수 또는 주택규모가 달라지는 경우’ 를 전제하는 것이라는 것이 하급심 법원의 입장이며, 법제처 역시 같은 의견을 피력한 바 있습니다(법제처 2020. 2. 13. 회신 안건번호 19-0613).

그런데 재개발조합이 임시총회를 개최하여 ‘분양신청기간 내에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 조합원 자격을 상실한 자가 조합이 정한 기간 내에 추가분양신청을 할 경우 조합원 자격을 회복한다’는 내용으로 조합정관을 변경하는 결의를 하였는데 관할 행정청이 이에 따른 조합설립변경인가신청을 반려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수원지방법원은, 도시정비법 제72조 제4항 및 제5항이 사업시행계획의 실질적 변경이 없는 경우에는 재분양절차를 불허하려는 목적에서 도입된 규정으로 해석되지는 아니하고 현금청산대상자에게 잔여분에 관한 분양신청을 허용할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하는바, 도시정비법 제72조 제5항의 해석과 무관하게 사업시행자는 정관의 규정에 의하거나 총회 의결을 거친다면 현금청산대상자에게 잔여분에 대한 분양신청 기회를 다시 부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0. 8. 13. 선고 2019구합74059판결).


사업시행계획의 변경이 있는 경우, 반드시 추가분양 기회를 부여해야할까?


도시정비법 제72조 제4항 신설 전에는, 사업시행계획이 변경된 경우 그 변경이 조합원에게 미치는 영향 및 변경된 사업시행계획하에서 조합원들의 분양신청 여부에 대한 의사확인 절차의 필요성을 이유로 사업시행자의 재분양신청 절차 이행을 의무 사항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법제처 2014. 3. 13. 회신 안건번호 13-0652 참조) 그러나 위 조항 신설 후에는 동 조항이 ‘절차를 다시 거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문언의 해석상 재량이 허용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보이며(법제처 2019. 3. 7. 회신 안건번호 18-0760 참조), 법원도 같은 입장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의정부지방법원은 재개발조합이 사업시행계획을 변경하는 것은 정비사업의 시행 중에 발생될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요소 등에 따른 사정변경에 대응하여 정비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것인데, 사업시행계획이 변경될 때마다 조합원 전원을 상대로 다시 분양공고 및 분양신청 절차를 진행하여야 한다면 그 자체로도 매우 긴 기간이 소요되며, 그때마다 조합원의 구성이 변경되어 조합원 지위에 관한 분쟁이 새롭게 촉발될 위험까지 고려한다면 재개발사업 시행자에게는 재분양신청절차 진행 여부에 대한 폭넓은 재량이 인정된다고 할 수 있기에, 사업시행계획변경에 따른 분양공고 및 분양신청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였습니다(의정부지방법원 2021. 2. 9. 선고 2020구합195판결). 나아가 서울행정법원은 관련 법령에서 분양신청을 하지 않아 현금청산대상자가 된 토지등소유자의 재분양신청권을 보장하는 취지의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기도 하였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1. 5. 21. 선고 2020구합69083판결).


사업시행계획이 변경되고 재분양신청절차가 이루어진 경우 청산금 산정의 기준일



서울고등법원은 사업시행계획 변경 등의 사정변경을 이유로 다시 처음부터 모든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정비사업의 공익적·단체법적 성격에 배치되는 점(대법원 2012. 3. 22. 선고 2011두640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을 전제로, 당초 사업시행계획인가 자체에 무효 또는 취소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이를 전제로 한 분양신청기간 종료에 따른 현금청산대상자 확정과 매매계약의 의제 및 조합원 지위 상실의 효력은 부정되지 않기에(대법원 2012. 10. 25. 선고 2010두25107판결 참조), 최초 분양신청과 재분양신청 모두 하지 않은 경우 청산금의 산정은 재분양신청기간의 종료일이 아닌 최초 분양신청기간의 종료일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3. 8. 29. 선고 2012나79660판결).


사례1. 사업시행계획인가의 폐지 시 자동적으로 조합원 지위를 회복하도록 하는 정관 규정의 적법성은?



재개발조합이 최초 사업시행계획의 폐지인가를 받은 이후 총회에서 ‘사업시행인가에 따라 행하여진 분양신청절차에서 분양신청기간 내에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자(현금청산대상자)는 사업시행인가 폐지 시 조합원 자격이 회복된다.’라는 조항을 신설하는 등의 정관변경결의를 하였고, 조합설립변경인가를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분양신청절차의 근거가 된 사업시행계획이 사업시행기간 만료나 폐지 등으로 실효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장래에 향하여 효력이 발생할 뿐이므로(대법원 2016. 12. 1. 선고 2016두34905 판결 참조), 그 이전에 발생한 조합관계 탈퇴라는 법적 효과가 소급적으로 소멸하거나 이미 상실된 조합원의 지위가 자동적으로 회복된다고 볼 수는 없기에 해당 결의와 정관조항은 무효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1. 2. 10. 선고 2020두48031판결).


사례2. 기타 현금청산대상자에게 분양신청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사례

재개발조합이 조합원 사망 이후 상속인 전원의 동의가 있거나 상속등기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부 상속인의 분양신청을 거부하였고, 이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에 분양권 승계를 요구하자 분양신청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다시 이를 거부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광주고등법원은, 대표조합원의 지정 및 그에 따른 분양신청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위 조합의 정관에는 분양신청 재부여에 대한 내용이 없으며 이러한 내용의 총회 의결이 있었던 것도 아니기에 조합의 분양신청 거부는 위법성이 인정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광주고등법원 2021. 5. 27. 선고 2020누12765판결).

이러한 내용들을 종합하면 결국 재분양신청은 정비사업을 원만하게 진행하기 위한 호혜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기에, 조합 입장에서는 총회 의결 등 법령이 정한 절차 준수에 있어 만전을 기하여 조합원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고, 현금청산대상자의 경우 허여된 기한과 범위 내에서 비로소 향수할 수 있는 권리라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이를 행사할 수 있도록 빈틈없이 확인하여야 할 것입니다.

위 기고문은 도시정비사업 관련 법률적 이해를 돕고자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매거진H 콘텐츠와 관련해 궁금한 사항은 이메일 admin@magazineh.com 로 문의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