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진관] 신길뉴타운의 마지막 퍼즐이자 변화의 출발선, 신길1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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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진관’이 추억으로 남을 우리 동네의 지금을 기록해 드립니다.

서울 서남권 재개발의 시작점이자, 오랫동안 멈춰 있었던 정비의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곳. 공공재개발을 계기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이곳은, 신길뉴타운의 마지막 퍼즐이자 미래를 향한 변화의 출발선이기도 하다.

지금, 본격적인 재도약을 앞둔 ‘신길1구역’을 기록해 보았다.


[1]

다양한 주택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도심의 모습, 오늘 소개할 사업지 신길1구역이다. 사업지 전체와 그 주위를 둘러보며 가장 먼저 느낀 건, 생각보다 조용하고 단정하게 흘러가고 있는 이 동네의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일상이 잘 이어지고 있었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딘가 느긋하고 편안해 보였다. 다닥다닥 붙은 골목 사이로 작은 가게들이 자리하고, 오르내림이 있는 길과 오래된 간판들이 함께 어우러진 풍경은 서울 도심 어딘가에서 잠시 벗어난 듯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역에서 나와 골목을 따라 걸었다.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분식집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그 곁엔 아이를 기다리는 학부모들의 모습이 이어졌다. 평범하지만 소중한 하루의 장면들이었다. 학원 가방을 멘 아이들과 그 곁을 지나는 이웃들의 얼굴엔 익숙한 안도감이 깃들어 있었고, 거리 곳곳에는 이 동네를 오랫동안 지켜온 상점들이 평온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빠르게 변해가는 도심 속에서도, 가족의 일상과 따뜻한 삶이 이어지고 있다는 걸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사람 키 높이의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곳은, 고층 빌딩이 가득한 도심과는 다른 정서를 품고 있다. 시야 너머로 푸른 하늘이 가득 들어오고, 좁은 골목과 낮은 지붕, 그 위를 천천히 가르는 전깃줄들까지 모든 것이 시선을 따라 부드럽게 흐른다. 하늘과 골목, 건물이 나란히 어우러진 이 풍경은 왠지 모르게 마음속까지 맑아지게 만들고, 그런 잔잔한 따스함이 이 동네를 특별하게 느껴지게 한다.

집과 담벼락, 골목 어귀마다 놓인 초록 식물들이 동네 풍경에 한층 자연스러움을 더한다.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푸른 생명들은 오히려 이곳이 단순한 주거지가 아닌, ‘살고 있는 동네’라는 걸 조용히 증명해주는 듯했다. 사람의 눈이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는 초록빛은, 이 동네 어디서든 부담 없이 스며들어 잔잔한 온기를 더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경사가 있는 언덕길과 골목이 반복되며 얽혀 있는 이곳. 한적하게 걷기 좋은 분위기 속에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이따금 담 너머로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대화가 귀를 간질인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이 풍경 안에서, 구도심 특유의 정취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것 같다. 얼핏 비슷해 보이는 동네 골목이라 해도, 걷다 보면 결국 그곳만의 온기와 분위기에 마음이 머물게 된다.

물리적인 공간도 사람처럼 나이를 먹는다면, 이곳은 제법 깊은 시간을 지닌 동네일 것이다. 닳아가는 벽면과 녹슨 문고리, 익숙한 풍경이 틈 사이로 비치는 건물들까지, 이 모든 흔적은 오랜 시간 이곳을 지켜온 이들의 삶을 조용히 증명한다. 낡았지만 무너진 것이 아닌, 시간이 쌓인 모습 그대로. 그래서 이 골목은 단순한 장소를 넘어,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이 공존하는 한 편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2]

이 동네의 시간은 유난히 따뜻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골목을 타고 흐르고, 주민센터 앞을 오가는 발걸음엔 익숙한 일상이 배어 있다. 병무청 앞의 나무들은 계절마다 잎을 갈아입고, 한켠엔 공원이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킨다. 신길1구역은 삶의 작은 순간들이 자연스럽게 쌓인 동네다. 집 가까이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어린이집은 물론 병원과 동사무소 같은 시설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어 하루하루를 편하게 살아낼 수 있다. 지하철역도 걸어서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워 이동이 수월하고, 한강공원이나 더현대 같은 쉼과 여유를 누릴 곳들도 멀지 않다. 그래서일까. 변화한 모습도 좋겠지만, 지금 이 동네의 풍경조차 다시 한 번 머물고 싶게 만든다. 익숙해서 편안하고, 소박해서 더 애틋한 동네. 신길1구역을 기록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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