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맞춤法 사전 ⑨ – 조합원 정보공개청구권을 둘러싼 딜레마

조합원은 오랜 기간 동안 진행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현재 진행 현황은 어떤지 매우 궁금할 텐데요. 이때 조합원들은 정보공개청구권을 사용하여 조합의 계약서나 회계감사보고서, 월별 자금 입출금 명세서 등 조합 운영에 관한 대부분의 자료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정보공개청구권은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조합 사업과 관련된 정보와 자료를 열람하거나 복사를 조합에 요구할 수 있어 조합원의 권리를 행사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개 되는 자료와 범위에 몇 가지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는데요. 조합원이라면 꼭 알아둬야 할 정보공개청구권과 몇 가지 문제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조합의 도시정비사업 제반 자료의 공개와 보존 의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24조(관련 자료의 공개 등)

① 추진위원장 또는 사업시행자(조합의 경우 청산인을 포함한 조합임원, 토지등소유자가 단독으로 시행하는 재개발사업의 경우에는 그 대표자를 말한다)는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다음 각 호의 서류 및 관련 자료가 작성되거나 변경된 후 15일 이내에 이를 조합원, 토지등소유자 또는 세입자가 알 수 있도록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하여 공개하여야 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124조에서는 정비사업의 시행과 관련된 제반 자료의 공개와 보존의무를 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의 취지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의 비리 및 조합 임원과 협력업체 간의 유착 등을 방지하여 투명성을 강화하고, 조합 임원의 윤리의식을 고취시킴과 동시에 사업의 합리성을 도모하면서, 주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추진위원장 또는 조합장은 도시정비법 규정에 따라 정보를 공개할 의무와, 성명과 결부되어 주소와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같이 공개되는 경우 사생활의 영역이 과도하게 침해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를 보호해야 하는 서로 상충되는 의무를 이행하게 됩니다. 실제로 조합에서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조합원들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입수한 비대위로부터, 또는 조합원과의 거래를 통해 조합원명부를 입수한 공인중개사로부터 전화나 문자를 받는 등의 불편을 겪고 조합에 대하여 항의하는 예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편, 공무원의 직무관련범죄와 마찬가지로 도시정비법위반 범죄의 경우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게 되면 정비사업조합의 조합장은 지위를 상실하게 되는데, 이러한 점을 악용하여 정보공개청구를 남발하면서 도시정비법 제138조 제1항 제7호에 따른 처벌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집행부의 전복을 획책하는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조합장의 궐위와 새로운 선출 과정은 필연적으로 수개월, 상황에 따라 일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업 진행을 정지시킬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조합의 금융비용도 매월 수천만 원씩 증가하는 등 조합 전체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38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7. 제124조제1항을 위반하여 정비사업시행과 관련한 서류 및 자료를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하여 공개하지 아니하거나 같은 조 제4항을 위반하여 조합원 또는 토지등소유자의 열람·복사 요청을 따르지 아니하는 추진위원장, 전문조합관리인 또는 조합임원(조합의 청산인 및 토지등소유자가 시행하는 재개발사업의 경우에는 그 대표자, 제27조에 따른 지정개발자가 사업시행자인 경우 그 대표자를 말한다)

즉, 정보공개청구는 도시정비법이 천명하고 있는 조합원 등의 불가결한 권한인 점은 분명하나, 그 사용 목적, 방식 또는 공개 범위에 따라 보호의 가치가 있는 다른 이익과의 충돌을 예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 도정법에서 정하고 있는 정보공개청구와 문제점

1) 정보공개청구 방법

도시정비법시행규칙 제22조에 따라 정보공개청구는 사용목적이 기재된 서면(전자문서를 포함)의 제출로써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법제처는 조합원이 사용목적을 기재하지 않은 경우 사업시행자는 열람·등사 요청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석하고 있으나(2011. 9. 1. 안건번호 11-0324), 법원은 예컨대 ‘조합원들과의 소통’과 같이 매우 추상적인 내용이라도 목적의 기재로서 인정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용목적의 기재는 실제로 이용되는 방식을 담보할 수 없기에, 열람·등사요청권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유효적절한 장치로 기능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2) 정보공개청구의 대상이 되는 문서

도시정비법 제124조에서는 공개대상이 되는 정보를 열기(列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조 제4항에서는 공개대상에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서류’라는 매우 포괄적인 개념을 포함시키고 있어 마치 사업 진행 과정에서 조합이 생성 또는 보유하는 문서 등 일체가 여기에 포함되는 것으로 오해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해석은 도시정비법이 공개대상과 범위를 설정하고 있는 취지와 부합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조합의 업무를 지나치게 가중시킬 수 있는 여지를 내포한다는 측면에서도 타당하다고 볼 수 없는데, 법원도 ‘조합에서 상대 회사에 수·발신한 문서 일체’는 열람·복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서울동부지방법원 2017. 9. 14. 선고 2016고단3229 판결)한 바 이와 궤를 함께하고 있다 할 것입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24조(관련 자료의 공개 등)
 
1. 제34조제1항에 따른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및 정관
2. 설계자ㆍ시공자ㆍ철거업자 및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 용역업체의 선정계약서
3. 추진위원회ㆍ주민총회ㆍ조합총회 및 조합의 이사회ㆍ대의원회의 의사록
4. 사업시행계획서
5. 관리처분계획서
6. 해당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공문서
7. 회계감사보고서
8. 월별 자금의 입금ㆍ출금 세부내역
9. 결산보고서
10. 청산인의 업무 처리 현황
11. 그 밖에 정비사업 시행에 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서류 및 관련 자료

‘관련 자료’ 역시 해석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새길 수 있는 개념이라 할 것인데, 대법원은 총회 참석자명부 및 서면결의서가 정보공개의 대상인지 문제된 사안에서 서면결의서와 참석자명부를 보아야 의사록이 진정하게 작성되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3호 의사록의 관련 자료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고(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0도 8981 판결 참조), 국토교통부는 위 조항의 관련 자료에 대하여 “구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에서 말하는 관련 자료라 함은 같은 법 제81조 제1항 각호에 직접 규정한 서류 외에 이와 관련되는 부속자료 등을 말하는 것으로서 속기록, 녹음 또는 영상자료라 볼 수 있다.”라고 해석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대법원과 국토교통부의 입장에 따를 때, 정보공개청구의 대상이 되는 문서인 도시정비법 제124조의 ‘관련 자료’라 함은 도시정비법 제124조 및 동법 시행령 94조에서 나열한 서류들이 진정하게 작성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서면결의서와 참석자명부이거나,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 각호에 직접 규정한 서류들의 부속자료라고 봄이 타당하다 할 것입니다.

3) 정보공개의 가장 논란이 되는 문제점

정보공개와 관련하여 가장 논란이 되어 왔던 부분은 조합원들의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영역, 그 중에서도 조합원명부 등에 포함되어 있는 조합원들의 휴대전화번호의 공개 여부라 할 것입니다. 법원에서도 휴대전화번호가 공개범위에 포함된다는 판단(광주지방법원 2014구합11076, 서울행정법원 2013구합64844 등)과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단(부산지방법원 2010구합2020, 서울동부지방법원 2013카합1863,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15카합141,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8카합50105 등)이 엇갈렸으나, 2021년 대법원이 조합원의 전화번호가 열람·복사의 대상이 되며 개인정보보호법 규정을 고려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는 명시적인 판단을 내리면서(대법원 2021. 2. 10. 선고 2019도18700 판결 참조)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휴대전화번호의 빈번한 노출로 피로감이 쌓인 조합원들이 조합을 상대로 자신들의 휴대전화번호를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어 공개가 금지된 예를 상당수 확인할 수 있으나(서울동부지방법원 2013카합1863,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2020카합1082, 서울서부지방법원 2020카합50031 등) 위 대법원 판결 이후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용 결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한편 서면결의서의 경우 그 자체는 원칙적으로 공개대상이 되는 정보에 해당하나, 만약 서면결의서 중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3항에 따라 공개가 금지되는)주민등록번호만을 제외하고 이름, 주소, 서면결의의 내용을 모두 같이 공개한다면 특정 조합원이 어떠한 내용의 서면결의를 하였는지 알 수 있게 되어 서면결의의 내용을 이유로 해당 조합원에게 부당한 압력이 행사될 우려가 있으며, 특히 임원선출총회를 상정할 경우 비밀투표의 대원칙까지 훼상(毁傷)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에는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2항 규정을 근거로 사안에 따라 공개 거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할 것이나, 개인정보 부분과 의결표시 부분을 분리하여 총회 서면결의서를 공개한 사안에서 ‘제출된 원본 그대로의 서면결의서’를 공개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조합장에게 벌금 70만원이 선고된 사례(서울동부지방법원 2018. 6. 15. 선고 2018고정404 판결)가 있다는 점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정보공개청구권에 대한 문제점 최소화 방안

현행 도시정비법 및 동법 시행령 등 관련 규정에는 조합원 등의 정보공개 요구에 대하여 이를 제재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으며, 다만 요청한 목적 외 용도의 이용이나 제공에 대하여는 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 제2호, 제19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을 뿐입니다. 이를 전제로 앞서 살펴본 정보공개에 따른 여러 문제점들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① 조합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를 사용 목적 외로 이용하지 않고 제3자에게 제공하지 아니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을 감수하겠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받거나, ② 조합원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자료를 요청하여 수령한 경우 이러한 사실을 조합원들에게 공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규정을 두는 등의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공개와 관련한 모든 사안의 해결에는 필수적으로 법률전문가의 자문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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