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진관] 영통의 주거명작으로 재탄생할, '신명·동보아파트' - 현대건설 매거진H

[현대사진관] 영통의 주거명작으로 재탄생할, ‘신명·동보아파트’

‘현대사진관’이 추억으로 남을 우리 동네의 지금을 기록해 드립니다.

세계문화 유산 화성으로 잘 알려진 수원시에는 삼성전자 단지, 경희대학교 수원캠퍼스등 수원의 주요 상업시설과 교육시설이 모여있는 90년대 후반에 지어진 첫 신도시 영통지구가 위치하고 있다. 수원 최고의 입지에 위치하여 수원의 강남으로 불리고 있지만 벌써 20대 중반이 되어버린 영통지구의 아파트들은 이제 하나 둘 새 옷을 입으려 한다. 현재 입고 있는 옷을 벗어던지기 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영통 신나무실6단지 신명·동보아파트에 다녀와봤다.


[1]
영통역과 주변 마을 산책

영통역은 영통지구의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신나무실6단지 신명·동보아파트에 가기 위해 영통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왔다. 10차선의 넓은 도로와 가지런히 놓여 있는 아파트. 그리고 간판이 많이 붙어있는 상가가 보인다. 2개의 대형마트가 마주 보며 있는 영통역 주변에는 상권이 나름 크게 형성되어 있었다.

오늘의 목표지인 신나무실6단지 신명·동보아파트는 수인분당선 영통역 5번 출구로 나가서 도보로 7분 거리에 있다. 그러나 주변 일대를 먼저 둘러보고 싶어서 영통역 6번 출구에서 나와 서쪽으로 큰 도로 걸어가 봤다. 멀리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열병합발전소가 보였다. 이곳 덕분에 지역난방이 활성화되어 영통지구의 아파트 단지에는 굴뚝이 보이지 않았다. 14년째 나대지로 방치되어 있는 종합병원 부지도 보였지만 이제는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신명·동보아파트 옆에는 잘 조성된 산책길을 볼 수 있었다. 산책길 안내도를 보니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근린주구 단위를 설정하고 통학 거리는 1km 미만으로 영통지구를 계획한 것 같다. 아파트 바로 옆 영동초등학교가 있어 차도를 건너지 않고 산책길로 학교에 갈 수 있어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통학할 수 있어 보였다.

산책길과 학교 사이에 `박지성 어린이공원`이 있었다. 어린이들이 박지성 축구 선수처럼 미래의 주역으로 빛나길 염원하며 공원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게 공터와 놀이터도 있었고 산책하다 쉴 수 있는 정자도 마련되어 있었다. 잠시 정자에 앉아보니 나무 사이로 신명·동보아파트가 보인다.


[2]
신나무실6단지 신명·동보아파트의 모습

신명·동보아파트 앞에 붙은 ″신나무실″이라는 단어는 예전에 이 지역에 개나리가 많았던 연유에서 유래한 것이라 전해지고 있다. 신(莘) 자는 개나리 신자이며 1980년대에 들어와 개나리가 동네 나무로 지정되기도 했다니 봄에 왔다면 노란 꽃들을 많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신명·동보아파트 입구에는 2019년에 경기도 공동주택 모범·상생 관리 단지로 선정되었다고 자랑스럽게 명패가 달려있다.

1997년에 완공되어 836세대가 있는 신명·동보아파트, 어떤 아파트에는 동보란 단어만, 어디에는 신명이라는 글자만 쓰여 있었다. 같은 단지여도 두 개의 건설사가 따로 지어서 그런가 보다.

이 단지는 두 개의 마당을 중심으로 아파트가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다. 마당 하나에 지하 주차장 입구가 하나씩 있는데, 여기 주차장도 동보와 신명으로 따로 쓰여 있었다. 같은 6단지여도 따로 이름이 붙여졌지만, 이웃이라는 생각이 들까 궁금해졌다. 리모델링을 통해 완전한 하나의 단지가 되면 혹여나 서먹서먹했던 이웃들이 더욱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며 단지를 더 둘러보았다.

아파트 사이에 있는 마당에는 쉼터와 놀이터가 조성되어 있었다. 울긋불긋 가을 옷을 입은 나무들이 아파트 단지의 정취를 더해준다. 이 나무들도 나이가 20살이 넘었을 것이다. 지하 주차장이 없었더라면 깊숙이 뿌리를 뻗어 더 큰 나무가 될 수 있었겠단 생각을 해본다. 문득 단지로 들어오기 전에 보았던 키 큰 나무들과 대비되어 보였다.


[3]
리모델링, 그 이후는 어떻게 변할까?

신나무실6단지 신명·동보아파트는 노후화로 인한 불편함이 커져서 리모델링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90년대 지어진 아파트들은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과 각종 규제, 기존 용적률 등의 이유로 재건축을 하기보다는 현실성과 사업성이 높은 리모델링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이곳이 리모델링이 된다면 어떻게 변할까? 리모델링은 수직증축, 수평증축, 별동증축의 3가지 방법으로 기존 아파트를 중측 및 개측하는 방식이다.

수직증축은 골조 등 구조의 안전성이 보장돼야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이라 보통 힘들다고 들었다. 대신 이 아파트 단지는 아파트를 전후좌우로 늘려 가구당 주거 면적을 넓히는 수평증축과 건물을 별개로 지어 새로운 세대가 만들어지는 별동 증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지하 주차장을 늘려 지상에 있는 주차장을 모두 지하화 한다면 1층은 차가 다니지 않는 공원으로 만들어 주변 산책길과 연계할 것 같다.

신명동보 아파트 단지를 둘러보면서 네모 반듯한 모양으로 어느 방향을 바라보더라도 같은 위치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모든 세대가 84㎡의 단일 평형, 단일 구조로 지어진 아파트라고 한다. 리모델링 이후에도 모두 동일한 면적으로 넒어진다고 하는데 누군가는 똑같은 구조와 평형이라 단조로워 보일지 몰라도 이곳의 사람들은 개개인의 욕심없이 만족하며 평화롭게 살아갈 것 같다. 남의 떡이 커보인다는 옛 속담은 적어도 이곳에서 만큼은 통하지 않지 않을까?

단지 위로 올라가보니 단지 바로 건너편에 태장중학교가 보인다. 단지 바로 옆에 붙어있던 초등학교에 이어 길 하나 건너에 위치한 중학교를 보니 이 동네 아이들은 모두 동일한 아파트에서 같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함께 다니며 즐거운 학창 시절을 보냈거나 보내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생각이 들었다.

영통 신나무실6단지 신명·동보아파트를 다녀오고 나서 다시 영통역 주변 상업지역으로 돌아가 식사를 했다. 맛집들과 세무서, 우편집중국 등 각종 관공서, 경희대학교, 학원가, 주민 편의시설 등이 고루 자리한 영통지구를 둘러보니 여기에 살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맑은 가을 하늘과 함께 걸을 수 있어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던 영통지구와 신나무실6단지 신명·동보아파트. 다음번엔 붉은색의 단풍이 아닌 노란색의 개나리로 둘러싸인 이곳을 담아보겠다는 생각과 함께 봄이 기다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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